독일에 와서 놀랐던 게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 돌아다녀도 불편함이 없도록 잘되어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탄다고 생각한다면 벌써 스트레스다. 예전 홍대 살 때나 강남 같은 번화가를 돌아다니면서 휠체어나 유모차 본 적이 거의 없을뿐더러 보이질 않으니 그 분들의 불편함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도 없다.
반면 지금 사는 곳도 홍대 같은 곳인데 유모차 끌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함부르크 시내에서는 몇 번씩 정말 많이 본다. 독일이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여기에선 유모차가 있더라도 불편함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 버스를 예로 들면 한국에서는 버스에 올라타려면 성인인 나도 발을 높게 들어야 했고 계단이 있던 거로 기억한다. 그런데 어떻게 유모차를 끌고 타나…. 독일에 오기 전 한국에서 저상버스를 봤을 때 유모차나 휠체어를 탄 사람들도 탈 수 있도록 만든 버스인가보다 했다.
그런데 독일에 와서 일반 버스를 본 순간 한국의 저상버스는 보여주기식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저상버스는 일반 버스보다 개수도 적을뿐더러 턱이 낮다 해도 유모차나 휠체어가 들어가기에 자리가 애매하다. 생각해보니 한국의 저상버스는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했다고 하나 휠체어나 유모차를 들고 탄 사람들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한국의 일반 버스 - 올라가는 턱도 높고 계단이 있어서 휠체어나 유모차가 있다면 타기 쉽지 않다.
한국의 저상버스 내부 - 유모차나 휠체어를 가지고 탔다 한들 놓기가 애매하다.
독일의 일반 버스 - 한국의 버스와 비교했을 때 턱이 낮고 계단이 없어 유모차를 들고 타기에도 무리가 없다.
독일의 일반 버스 내부 - 독일의 버스는 뒷문 근처에 좌석을 놓지 않고 비워둔 공간이 있다.
보통 이 공간에 사람들이 서있기도 하나 휠체어나 유모차를 가진 사람이 타면 여기에 있을 수 있을 만큼 넓직한 공간이다.
독일은 일반 버스, 저상 버스 구분하지 않고 모든 버스가 저렇게 되어있다. 한 번 휠체어 탄 사람이 내리는 경우를 본 적 있는데 뒷문으로 내릴 때 발판이 내려오는데 당연히 비장애인이 내리는 것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근데 그걸 다른 사람들이 다 도와주고 아무렇지 않게 기다리더라. 사회적으로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합의가 잘 되어있으며 자연스러운 듯 보였다.
며칠 전 장애인 관련 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한국엔 장애인 대우 최고다. 장애 수당도 주고 세금 어쩌고 시설에 음식도 나오고 어쩌고 대우 최고로 받는데 뭘 더 바라냐'라는 식의 댓글을 본 적 있다.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길래 저렇게 생각할까? 장애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겠다. 한국에는 아직도 이런 시선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한 시설들이 많다.
독일의 동네 마트, 일반 카트 옆에 휠체어용 카트와 어린이용 카트
마트에서 휠체어용 카트를 보고 놀랐다. 아이용 카트는 많이 봐서 놀랍지 않았는데 휠체어용 카트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머리가 띵 했다. 휠체어를 타고 있다고 해도 우리랑 똑같이 장도 볼텐데 마트를 갈 때마다 얼마나 불편했을까? 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을까. 우리에겐 당연했던 것들이 어떤 사람들에겐 엄청나게 불편했을 지도 모른다. 독일에서도 모든 마트가 다 휠체어용 카트를 가지고 있는건 아니다. 그래서 이 마트에서 휠체어용 카트를 본 순간 인상깊어서 사진을 찍어서 남겨놨다.
예전에 Arne가 손을 다쳐서 병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버스를 타고 출발하기를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기사님 좌석 바로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한 할아버지가 와서 문을 열어달라고 했나 뭐라고 이야기했다. 근데 기사분이 뭐라 뭐라 말하더니 출발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알고 보니 앞 좌석들은 다 차서 뒷좌석 쪽에 할아버지가 앉기 쉽게 뒷문 위치를 할아버지 바로 앞으로 옮겨줬다. 생각해본 적도 없는 것인데 당연하다는 듯이 하는 이 배려에 진짜 충격받았다. 고작 임산부석을 두고 말이 많은 한국도 독일처럼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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