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최근에 찜닭을 만들어 먹었다. 누가 찜닭을 먹자고 하면 먹지만 먼저 찾아 먹을 정도로 막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요리해 본 적이 없는데 동거인 덕분에 만들게 되었다.
👱🏻♂️: 내 친구 걔 있자나, 한국 갔다 온 애~ 걔가 함부르크 올 일 있다고 했는데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했어. 오면 밥도 같이 먹을까?!
👩🏻: ㅇㅋㅇㅋ
👱🏻♂️: 우리 한식 먹자!!! 내가 걔가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볼게 우리가 한식 실력 뽐내주자 그거 너가 한국에서 사 온 그릴도 쓰자!! 너가 친구랑 세 시간 동안 먹은 거처럼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
👩🏻: ㅇㅋ 매운 거 좋아한대?? 그때 우리 짬뽕 먹었는데. 뭐 하지
👱🏻♂️: 한식 최애가 찜닭이래!!
👩🏻: 찜닭...? 흠..
한국에서 구이바다 캠핑 가스버너를 사 왔는데 처음에는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더니 내가 친구랑 짬뽕 바글바글 끓이면서 볶음밥도 해 먹는 걸 보고 자기도 하고 싶다고 주변에다 자랑하고 난리다. 참나 😤 이럴 줄 알았다 이럴 줄 알았어.
그 전날까지 내가 베를린에 있어서 찜닭 재료를 알아서 다 사놓으라고 했더니 또 재료는 잘 사놨다. 레시피대로 아시아 마트를 가서 고구마도 사고 무슨 어두운 간장까지 사 왔다. 색깔을 위해서 넣으라나 뭐라나. 어떤 게 맛있는지 몰라서 한국에서 맛있게 먹었던 봉추찜닭 레시피를 참고했다. 진짜 봉추찜닭에서 쓰는 건지는 모르겠고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하더라. 비법은 춘장을 조금 넣는 것! 두 스푼을 넣긴 했는데 끝 맛에 살짝 짜장맛이 나서 다음에는 한 스푼만 넣을 테다.
동거인의 소원대로 그릴에 바글바글 끓여 먹었다. 맛있었지만 고추가 없어서 못 넣었더니 그 매콤함이 없어서 아쉬웠다. 급하게 하느라 당근도 까먹었다. 다음엔 고추도 꼭 넣고 당근도 넣고 떡도 넣어야겠다. 납작 당면을 먹다가 오랜만에 일반 당면을 먹으니 그냥 그랬다. 당면은 역시 납작 당면! 이날 동거인의 친구 말고 내 친구도 왔는데 다들 아주 맛있게 잘 먹어주었다 🌸 독일애들이라 그런지 소스가 가득 벤 감자가 아주 맛있다고 했다.
자고 가는 친구가 고맙다면서 선물을 사 왔는데 뭘 이런 걸 다~ 🤭
선물은 바로 술이랑 오일이었는데 대박이다 얼그레이 럼이라니~! 내가 얼그레이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올리브 오일이랑 다른 쪽에는 발사믹이 있었는데 이거 말고도 트러플 오일도 있었다.
트러플 오일~~~~ 너무 좋아~!!!!!!! 어쩜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준비를 했는지 내 친구도 아닌데 아주 감동이다. 센스만점이야! 또 사진엔 없지만 내가 좋아한다고 친구가 가져온 Lillet 도 마시고 미니 술도 마시면서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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