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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사는

독일 생활 :: 영국 런던 Stansted 행 비행기에 놓고 내린 분실물 찾기 대장정 (1)

by Hyedy 2023. 8. 16.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한 달 조금 안되게 시간이 남아서 런던 여행을 다녀왔다. 6월 15일 런던행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기 타기 전부터 정신이 없었다. 겨우 비행기를 타고 자리를 찾아 앉으니 비상구 좌석이었다. 가져온 기내용 캐리어를 올리고 자리에 앉았는데 비상구 좌석이라서 승무원이 가지고 있는 매고 있는 조그만 가방도 위에 올려야 한다고 했다. 비상구 좌석이라 다리 공간이 넓다고 좋아했는데 이렇게 짐을 올려야 한다니... 작은 짐은 안고 타는걸 좋아하는데 비행 시간도 얼마 안 되는 런던 비행이라서 차라리 다른 자리에 앉고 싶었다. 그래도 뭐 어떡하나 올리라면 올려야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런던 Stansted 공항에 착륙했고 짐을 챙겨서 공항을 빠져나가는데 기내용 캐리어만 챙기고 올려놨던 작은 가방은 챙기지 않은게 생각났다. 다시 되돌아가려고 했는데 일방 통행으로 돌아가는 길은 없었다. 이미 내렸기 때문에 직접 갈 수는 없고 공항 직원들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공항에 기다리고 앉아있으니 다시 돌아온 직원이 기내를 찾아봤는데 가방이 없단다. 나온 지 한 5분 정도밖에 안 됐는데. 다행히 여권은 주머니에 있어서 입국할 수는 있었지만 아주 패닉이었다. 이용했던 항공사 라이언에어 데스크에 가서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냐 했더니 이거는 수하물로 부친게 아니라서 자기들 책임이 아니고 무슨 다른 이런 분실물 담당하는 회사에다가 리포트를 하라더라.
 
숙소에 와서 알려준대로 리포트를 했는데 별 다른 수확은 없었다. 그래도 여권을 안 잃어버린 게 어디냐 위로하면서 런던 여행을 즐겼다. 독일에 돌아오자마자 함부르크 비자 테어민 잡는 웹사이트에 '비자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하냐 나 9월에 여행 있어서 비자 카드 필요하다.'라고 서류를 넣었다. 웰컴센터랑 암트 둘 다 메일을 보냈는데 한 달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여행이 9월 중순이라 아직 시간 있으니까 하고 기다리다가 7월쯤 됐을 때도 아무 소식이 없어서 웰컴센터에 전화했다.
 
👩🏻: 나 비자 잃어버려가지고 여행가기 전에 받아야 되는데 답장이 없길래 전화했어
👤: ㅇㅎ 너 독일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려면 임시비자 필요한데 그거 테어민 제일 빠른 게 내년 초야
👩🏻: ...? 그럼 나 어떻게 해?
👤: 너 그 지역 외국인청한테 물어봐 거기는 보통 더 빨리 테어민 줄 수 있어서 거기서 받는 게 나아
 
외국인청으로 가면 독일어로 해야 해서 웰컴센터로 가고 싶었는데 😭 어쩔 수 없이 외국인청에 전화를 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계속 전화를 했는데도 한 번도 받지를 않아서 금요일 아침에 일찍 찾아갔다. 
 

7시 반에 문을 연대서 그렇게 일찍 온 것도 아니고 7시 20분에 도착했는데 외국인이 그렇게 많은 지역이 아니라서 그런지 Mitte에서 엄청나게 기다렸던 것과는 달리 내 앞에 3명 정도밖에 없었다. 오픈런하는 거처럼 줄 서있다가 7시 30분 땡 하니까 문을 열어서 우르르 들어갔다. 
 
내 앞에 기다리던 사람도 임시비자를 달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되게 분위기가 좋았다. 다른 암트와 달리 그렇게 불친절한 것도 없어서 이러다가 오늘 임시비자 당장 받는 거 아니야? 하면서 기대했다. 내 차례가 되고 상황을 설명했다. 
 
👩🏻: #@#$@... 그래서 나 임시비자가 필요해
👤: ㄴㄴ너 비자 카드 잃어버려서 임시비자 못 줘 비자 새로 신청해야 해 제일 빠른 테어민 9월 말에 있어
👩🏻: ??? 나 9월에 여행은 그럼 어떻게 해?
👤: 여행 못 가는거지
 
이럴 수가... 진짜 나오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 비자 유효기간은 남아있고 실물 카드만 잃어버린 거니까 카드만 발급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비자를 새로 신청하라고 하더라. 대체 왜? 이해할 수 없는 독일 시스템... 예매해 둔 항공권과 호텔은 그럼 어떻게 하지... 아주 패닉 했다. 그래도 항공권과 호텔은 날짜를 바꿀 수 있으니까 아주 최악은 아니라면서 멘탈을 잡고 있었는데 같이 간 친구가 이것저것 찾아보더니 공항 Lost and Found에 다시 리포트해보라고 했다. 
 
한 달 전에 잃어버리자마자 항공사에 리포트를 했는데 별 수확이 없어서 기대는 안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것도 없어서 암트에서 집 오는 길에 공항에다가 분실물을 등록했다.
 
🔗 런던 Standsted 공항 분실물 등록 https://www.lostproperty.org/en/?sec=1
 
집에 와서 항공권 날짜 바꾸고 호텔 날짜 바꾸는 거 알아보고 이것저것 아주 정신이 없었다. 비자를 잃어버린 게 이렇게까지 큰 일일줄이야. 터키 여행은 아예 못 가는 거로 하고 포기를 하니까 그래도 마음이 좀 편해졌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다행이라고 세상에 돈으로 해결 안 되는 것도 많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
 
요즘 오펜하이머+바비 이렇게 같이 바비하이머로 보는 게 유행인데 오펜하이머를 같이 본 친구가 바비는 별로 안 보고 싶다고 해서 오펜하이머만 봤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바비를 보려고 예매하고 표가 바로 안 오길래 스팸 폴더를 확인했다. 
 
 

Dear ...

Please accept my apologies for the delay in our response, we are currently receiving a high volume of queries so it'd taking longer than usual for us to reply. We have searched our database and believe we have an item of yours, please take note of the reference number: 0000  as well as the lost property fee: £25.00

To claim vour item, you will need to bring your photo ID (i.e. driving licence, passport, national identification card) along with the reference number and retrieval fee. You can collect your item at our Stansted airport store, located alongside Burger King, at the International Arrivals exit. We are open 24/7.

*Please note that items are stored for 60 days and then they are disposed of.

Alternatively, if you would like your item to be shipped, please provide us with the destination address, postal code and phone number and we will send you a quotation.

 
미쳤다 미쳤다. 암트를 갔던 금요일 아침에 분실물 등록을 했는데 당일 점심에 이미 내 가방을 찾았다고 메일이 와있었는데 스팸 폴더에 있어서 바로 못 봤다. 이럴 수가 있나??? 어떻게 찾았지??? 비행기에 가방 놓고 내렸는데 대체 어떻게 돼서 분실물 센터까지 간 거지??? 부랴부랴 얼른 내 가방 독일로 보내달라고 답장했다.
 
내가 만약 바비를 안 보러 갔다면? 내가 예매를 안 했다면? 표가 바로 와서 스팸 폴더를 보지 않았다면? 60일 동안만 보관한다고 하는데 잃어버린 지 거의 60일이 다 되어가서 아주 심장이 철렁했다. 조금만 더 늦게 봤더라면 가방은 폐기됐을지도 모른다. 
 
메일로 나 지금 독일에 살고 있으니까 독일로 택배 보내주고 혹시 가방 안에 내 거주허가증 있는지 확인해 줄 수 있냐고 답장을 보냈다. 가방을 찾았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에 들떠서 매일 메일함을 확인하며 답장을 기다렸는데 며칠이 지나도 답이 없었다. 60일이 코앞이라서 혹시라도 찾았는데 내 메일을 보지 않아서 가방을 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되고 전화를 했다. 
 
📞 Standsted 공항 분실물 센터 전화번호 +44 3300 240 099
 
9시부터 연대서 전화했는데 아직 영업시간이 아니라고 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영국은 아직 8시 😂 그래서 여기 시간으로 10시 땡 하고 바로 전화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도 연결이 안 되면 자동으로 끊어지는 시스템이었다. 한 30번 했는데도 연결이 안 돼서 일하면서 옆에 휴대폰으로 전화 걸어놓고 했다. 오전 내내 전화해도 안 되길래 포기하고 점심 먹고 쉬고 있는데 다시 한번 해볼까 하고 전화했더니 드디어 연결이 됐다. 
 
👩🏻: ㅎㅇㅎㅇ
👤: 1시간 뒤에 이따가 다시 전화걸 수 있어?? 내가 일 시작힌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잘 몰라...
👩🏻: ???? (그럼 전화 왜 받은 거지???) ㄴㄴㄴ 나 이거 한 30번 해서 연결된 거야 끊지 마 봐 내 가방 찾았다고 연락받았거든 혹시 거기 안에 나 비자 카드 있는지 확인도 가능해?
👤: ㄴㄴ 우리는 가방 못 열어
👩🏻: ㅇㅋ.. 그럼 독일로 최대한 빨리 보내줄 수 있는 옵션도 있어??? 일반이랑 익스프레스랑 이런 옵션들???
👤: ㅇㅇ 메일로 보내 이메일로
 
 
이메일 보내도 답장도 안 하드만... 아무튼 수상한 전화를 끊고 다시 이메일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틀 기다렸지만 답장이 안 와서 또 전화했다. 아침부터 전화를 걸었는데 한 20번 해도 연결이 안 되고 드디어 점심쯤 연결이 됐다. 이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왜 점심쯤에만 연결이 되지?
 
👩🏻: ㅎㅇㅎㅇ 내 잃어버린 가방 (번호 @##$) 너네가 갖고 있다고 하던데 그거 나 지금 독일이라서 독일로 보내줄 수 있어?
👤: ㅇㅇ견적 받았어?
👩🏻: 아닝 이메일 답장 안 하던데
👤: ㅇㅋ 그러면 한 20분 정도 뒤에 메일로 견적서랑 받을 곳 주소 적는 거 받을 테니까 그거 다 완료해 그러면 짐 보내줄게
 
이번에도 안 보내줄까 조마조마하면서 계속 새로고침을 했는데 한 10분 뒤에 메일이 왔다. 메일이 총 2개가 왔는데 하나는 국제 배송지를 입력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돈 내는 거였다. 
 

예전에 영국에서 오기로 한 택배 주소에 움라우트를 적었더니 분실이 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움라우트 없이 적고 세네 번은 확인했다. 주소도 적고 밑으로 내려서 보험이라든지 배송 금지 물품에 동의를 하는데 가방 안에 있던 보조배터리가 생각이 났다. 이럴 수가... 근데 배터리도 애매하게 기기는 괜찮은데 건전지는 안된다고 적혀있어서 보조배터리는 전자기기인지 배터리인지 긴가민가했다. 그러고 보니 가방에 손세정제도 있는데 🤦🏻‍♀️ 동의해버리고 넘겨버려? 싶다가도 히드로 공항에서 검역이 굉장히 힘들었던 게 생각이 났고 또 안내 문구에 택배에 금지 물품이 보관된 경우 그 물품 때문에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서 100파운드까지 더 나갈 수 있다고 적혀있어서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Lost Propoerty에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아직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바로 받더라. 진짜 신기하네 점심시간쯤에만 연결이 잘 되다니. 문의하는 사람들도 다 점심을 먹으러 가서 그런가? 
 
👩🏻: ㅎㅇㅎㅇ 나 견적이랑 그 배송지 적는 거 받았는데 가방에 보조배터리랑 손세정제 있던 게 생각이 나가지고 전화했어. 그거 가방에 있어도 괜찮아?
👤: ㄴㄴ 보조배터리랑 액체는 못 보내
👩🏻: 그럼 어떻게 해? 그거 네가 그냥 버려줄 수 있어?
👤: ㅇㅇ 보니까 너 가방에 에어팟도 있는데? 이거는 따로 보내줄게
👩🏻: (?!?!?!?!?! 전에 비자 있냐고 물어보니까 가방 못 연다며?!?!! 에어팟 남아있을 줄은 몰랐다.) 고마워 그럼 그거 돈은 따로 내야 되나? 
👤: 아니 그냥 우리가 보내준 거만 적으면 돼 우리가 알아서 따로 보내줄게 보니까 너 ID카드도 있는데 이거 여권은 아니지?
👩🏻: (??!?!?!?! 비자 있는지 확인 못 해준다더니???) ㅇㅇ그거 거주허가증이야 여권은 내가 가지고 있어 그럼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 
👤: 네가 이거 다 적고 돈 보내면 보내는데 우리 매주 월요일마다 택배 보내
 
 
 

국제 배송 주소지를 다 적고 돈을 내려고 봤더니 미친 81 파운드 😭 미친 거 아니야!!!! 그래도 비자 새로 신청하면 100유로고 에어팟도 있으니까 받는 게 더 이득이겠지... 25 파운드는 보관료고 나머지가 국제 배송비다. 이래놓고 택배 못 받으면 영국 저주할 거다. 
 
 
 

금요일(8월 11일)에 신청을 했었는데 그다음 주 월요일에 바로 배송이 시작됐다고 문자가 왔다. 예상 도착일은 8월 18일이다. 일주일 내에 배송이 된다고? 생각보다 빠르게 보내주네. 영국에서 오는 거라 과연 세금을 안 낼 수 있을 것인가. 독일에서 산 거고 썼던 거라고 적긴 했는데 또 워낙 복불복이라서 모르겠다. 금요일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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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공항 분실물 센터에 서류 넣고 택배비를 입금하는 것까지 포스팅을 했는데 안내해 줬던 직원말대로 정말로 그다음 주 월요일에 택배가 발송되었다. Stensted 공항에서 분실이 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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